한 나라나 특정 지역의 경제적 성공은 신기술 개발, 사회적 잠재력, 고유한 문화, 그리고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려는 태도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는 지구촌 어디에 살든지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작은 주체로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며, 필연적으로 글로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세계는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의 경제적·정치적 역량이 눈에 띄게 증대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잠재력을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아시아는 그 어느 지역보다 빠르고 극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으며, 그 중심에는 아시아인들의 개척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전쟁과 가난을 딛고 기술혁신과 세계화에 발맞춘 아시아 국가들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각국은 도전정신과 끈기로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산업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으며, 한국과 대만은 전쟁과 자원 부족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수출주도형 성장과 기술혁신으로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성장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국민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중국의 성공은 개척정신뿐만 아니라 제도적 역량 강화와 기술혁신에 대한 집중 덕분이었다. 전통적인 농업 중심 국가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은 최근 첨단기술과 IT 분야로 눈을 돌리며 글로벌 경제의 핵심 주자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수십 년간 외국인 투자와 국제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자유도를 자랑하며 아시아 경제발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인도 또한 개척정신과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최근 IT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화 정책과 방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인도는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큰 성과를 내며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전역이 유사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정치적 불안정, 자원 의존, 낮은 산업화 수준은 일부 국가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은 정치적 혼란과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경제성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경제적 구조조정과 정치적 안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다각화와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아시아’라는 지역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UN의 통계용 지리 기준에 따르면 아시아는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등으로 구분되며,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해 46개국·지역을 아시아로 본다. 그러나 ‘아시아’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와 유럽에서 동쪽 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며, 그 지리적·문화적 범위는 엄밀하게 정의된 바 없다. 이 책에서는 UN의 기준에 따라 아시아를 표기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우랄산맥, 캅카스산맥, 보스포루스 해협, 수에즈 운하, 뉴기니섬, 베링 해협 등이 아시아 지역을 구분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 특히, 우랄산맥은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중요한 경계선으로 여겨지며,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이 산맥은 남북으로 약 2,500km에 걸쳐 유라시아 대륙을 두 개의 대륙으로 나눈다. 캅카스산맥 역시 유럽과 아시아를 구분하는 중요한 경계선으로,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해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상징적인 해협이며,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구분하는 인공 수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기니섬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구분하는 지리적 지표로, 서쪽은 아시아, 동쪽은 오세아니아에 속한다. 베링 해협은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들 지리적 경계 안에서도 아시아는 다양한 언어, 민족, 종교, 문화, 역사를 가진 지역으로서, 그 공통성을 찾기 어렵다. 지역 연구(Area studies)에서는 아시아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북아시아로 나누기도 하며, 일본, 중국, 한국에서는 지정학적 관계와 과거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 등을 고려해 ‘동북아시아’라는 개념을 많이 사용한다.
사실 ‘아시아’라는 용어는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편의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관련 학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종교, 사회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가 세분화되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 지역은 안보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 질서가 형성되었으며, 국가 간 갈등과 협력의 요소가 공존해 왔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는 국가 간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유도할 제도적 기구가 발달하지 못했지만, 20세기 중·후반에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외지향적 성장 전략을 채택하면서 역동적인 지역으로 성장했다.
이제 세계는 냉전 종식 이후 급격히 진전된 글로벌화에 따라 정치·경제적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공산품을 생산해 세계시장에 수출하며 G2로 부상했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세계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배경으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충돌이 심화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헤즈볼라 간 전쟁 등으로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아시아는 세계의 최전선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은 전 세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은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상호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아시아 지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크게 부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부상하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발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측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다른 개발도상국에 유용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아시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국, 일본, 아세안, 인도 등과 관련이 깊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주제를 선정하여 논의할 것이다.
이 책은 제3부, 제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개척정신’을 다루며, 지난 50년 동안 아시아 각국이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조망하고, 글로벌화의 급진전에 따라 아시아 지역이 직면할 주요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짚어본다.
제2부에서는 ‘아시아의 경제발전 현상’을 다루며, 각국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현상을 고찰하고, 이러한 현상들이 세계에 시사하는 의미를 찾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3부에서는 ‘아시아 경제발전의 과제와 전망’을 논의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향후 해결해야 할 주요 경제적 과제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발전 전망을 제시한다.